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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에 관한 생각

수영 일기~

by happylifekim 2024.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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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일기~
맥주병에 저질 체력인 저는 젊었을 때 운동이라고는 담을 쌓고 살았고, 숨쉬기 운동만 겨우 하며 지내고 있었었죠. 그래서 그런지 무릎이며 허리, 어깨 등이 항상 결렸고, 별다른 것 없는 그저 그런 비슷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컴퓨터 강사인 저는 그룹 개인지도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60~70대의 할머니 학생 3명을 가르치게 된 것이지요. 그분들은 문화센터에서 컴퓨터 수업을 들으시고, 더 잘하고 싶어서 저에게 과외를 받는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수영도 매일매일 다니시면서 건강도 잘 챙기셨지요. 당시 저의 나이는 30대 초반으로 (현재는 50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분들에 비하면 굉장히 젊었었는데, 삶을 살아가는 자세는 오히려 그분들이 더 활기차고 젊었던 것 같아요. 
나이를 먹어도 공부하시고, 열심히 운동하시는 그분들이 존경스러웠고, 나 또한 나이를 먹으면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중 한 할머니(지금 생각하면 언니라는 표현이 더 맞을 어떤 분)께서 쉬는 시간에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선생님, 인생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것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수영이고, 다른 하나는 운전이야. 선생님도 꼭 이 두 가지는 배워. 인생의 질이 달라져~" 하시며 말씀하셨지요. 그 당시에도 그 말은 굉장히 와닿는 말이었고, 기회가 된다면 그 두 가지는 반드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하지만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법, 막상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한 해 두 해 미루고 지나치던 시간 들이었습니다. 
30대 후반의 어느 날, 아 이렇게는 안 되겠다. 인생이 너무 무료하고 재미없다. 라는 생각이 들 때쯤, 저는 할머니 학생의 말을 실천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문화센터에 수영을 등록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지요. 
그런데 해본 사람은 다 아시겠지만 수영 신규등록은 굉장히 어려운 도전입니다. 경쟁이 엄청 치열하지요. 기존 수영 회원들이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기 떄문에, 신규등록은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등록하려면 인기 없는 타임에 (새벽이나 늦은 저녁) 등록해야 했고, 그마저도 자리가 아주 적어서, 등록에 성공하려면 새벽부터 대기 줄을 서야만 쟁취할 수 있는 어려운 도전이었습니다. 저는... 새벽에 눈 뜨자마자 문화센터로 달려갔고, 결국 등록에 성공하고 말았습니다. 하하~
주 3일 월, 수, 금  한 시간씩이었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수영복, 수영가방, 수영모자, 수경 등을 사고... 드디어 첫날 수업게 가게 됩니다. 어떻게 입장해서 어떤 순서를 거친 후 입장해야 하는지 몰라서 앞사람 눈치를 보며 겨우겨우 씻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입성. 여기까지도 진땀 나는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저는 그날 잊지 못할 흑역사 하나를 쓰고 말았습니다. 준비운동을 하는데 어깨 스트레칭을 하려고 손을 들어 올릴 때마다 사람들이 저를 보고 웃는 거예요. 위로 쭉쭉 펼 때도, 왼쪽 오른쪽으로 스트레칭할 때도 사람들은 저를 쳐다보며 킥킥거리고 뭐라고 서로 얘기를 했습니다. 도대체 왜 저러나 싶었지요. 신규회원이 신기해서 그러나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준비운동하고, 어린이 풀로 가서 음파 숨쉬기 연습하고, 발차기 연습을 한 후, 어려운 첫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앗 겨드랑이털!!! 겨드랑이털을 안 밀고 온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겨드랑이털이 많은 나인데. 100미터 전에서 봐도 보일 정도로 존재감을 나타내는 나의 겨드랑이털!! 주변 회원님들의 웃음의 정체를 그때 서야 알아챈 것이지요. 하~~~ 그 창피함이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창피함!! 하하
아무렇지 않은 척 샤워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저의 뒤통수는 몹시 창피하고 쑥스러웠더랍니다. 
나의 수영 첫날 풍경은 이런 흑역사 하나를 남긴 채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레이저 제모를 해서 겨드랑이털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매끈한 겨드랑이의 소유자가 되었지요. ^^

그런데 그런 흑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날 수영장을 나오는 저의 기분은 몹시 설랬습니다.
샤워하고 나올 때의 그 성취감 개운함은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희한한 행복이었어요. 무료했던 나의 하루에 숙제를 말끔히 끝낸 것만 같은 성취감을 주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날 이후로 저는 수영 마니아가 되어버렸어요. 수영을 잘한다는 의미에서 '마니아'가 아니라 수영의 기쁨을 만끽한다는 의미에서 수영 '마니아' 말이지요. 물론 경력 13년 차, 수영장 물 좀 먹은 여자로서 접영, 평영, 배영, 자유영을 다 마스터 했지만 ,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는 아닙니다. 
한때는 저도 욕심이 나서 무리하게 수영을 한 적도 있었지요. 그런데 나의 관절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지 어깨에서 무리가 오기 시작했지요. 말로만 듣던 오십견이 찾아와 버렸어요. 수영은 고사하고 손을 들어 올리는 것도 어렵게 되어버린 나의 가여운 어깨!!! 그래서 아껴줘야 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아끼고 아껴서 이 좋은 수영을 더 오래오래 할 수 있게 내 어깨랑 타협을 봤달까요. 하하
몇년간의 병원 치료와 스트레칭 등으로 이제는 거의 회복되어서 수영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정말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일을 계기로 수영을 빠르게 하기보다 오래 하자는 것으로 마음이 바뀌었어요. 왜냐하면 이 좋은 수영을 아주 오랫동안 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기분 좋아질 정도로만 수영합니다. 접영은 어깨 컨디션이 좋을 때 가끔 한 번씩, 그러다가 통증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바로 중지입니다. 이러다가 어느 날 접영을 아예 하지 못하는 날도 오겠지만, 그것도 나쁘진 않아요. 왜냐하면 자유형이나 평형을 여전히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만약 더 나이를 먹어서 수영을 못하게 되더라도 최소한 물장구는 칠수 있을 테니 저는 수영장행을 놓치지 않을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침을 기도로 연다고 하지요. 저에게는 아침 수영이 하루의 기도 같은 역활을 합니다. 개운하게 수영하고 씻고 나오면 그날 하루를 살아갈 힘 같은 게 생기니까요. 
사람마다 힘을 주는 무언가가 다 다르겠죠.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애완동물, 책, 식물, 돈 등등요. 저에게 어떤 인연으로 이 운동이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수영은 참 고마운 인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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